2023. 4. 13. 23:01ㆍ먹거리

코로나가 한창일 때
지인들과 부산에서 서울까지 자전거 국토종주를 떠났었다.
부산을 지나 대구로 향하는 길에 우연히 들른 식당에서 인생 장어 백반을 만났다.


8월 한 여름에 자전거를 타고 국토종주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식당에 들어서자마자 메뉴는 보지도 않고 맥주부터 주문했다.
오후 2시,
조금 늦은 점심시간이어서 모두들 허기가 졌다.
빈속에 맥주를 한잔 마시니 시원하게 갈증이 가시면 금세 취기가 올라왔다.


경남 창녕의 남지읍이라는 곳이었다.
아주 작은 마을이었는데 다음 마을까지는 거리가 조금 있어서
시간이 더 늦기 전에 점심식사를 위해 어렵게 식당을 찾았다.
말 그대로 우연히 들른 식당이었는데
그 식당이 장어백반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이었다.
메뉴판에도 장어백반이 대표 메뉴였는데, 사장님이 장어 두루치기가 맛있다면서 권해 주셨다.
장어를 구이가 아니라, 두루치기로 먹는다고?
생소했다.
장어구이가 아니라 장어 두루치기라니,
그런데 비주얼이 나쁘지 않았다.
장어를 양념에 찍어 굽는 것과 비슷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진짜 두루치기 같이 생겼다.
그리고 맛도 진짜 두루치기 맛이 났다.
자전거를 한참 탔고, 더위에 지쳤고,
빈 속에 맥주를 마셔 취기도 살짝 올랐지만
맹세컨데 내가 먹어본 장어 요리 중에서는 최고의 요리였다.
나뿐만이 아니라 같이 동석했던 지인들도 모두 같은 얘기를 했었는데,
밥을 먹으면서도 꼭 이거 먹으러 다시 한번 꼭 오자는 얘기를 했었다.
물론 자전거가 아니라, 차를 운전해서 말이다.


장어백반도 같이 주문했는데, 국으로는 장어탕이 나왔다.
장어를 탕으로 먹어 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추어탕과 시래기국(시락국) 맛이 같이 나는 맛있는 탕이었다.
밥과 함께 먹기에 궁합이 좋았다.
조금 밍밍할 때는 장어 두루치기를 먹으면서 매콤한 맛을 더했다.



혹시나 양이 부족할까봐 김치찌개도 같이 시켰는데,
다 아는 맛의 김치찌개인데 찌개 맛이 너무나 맛있었다.
김치찌개는 김치 맛이 90%인데,
어릴 때 시골에서 먹는 할머니 김치찌개 맛이 났다.
너무 맛있어서 양이 조금 많았지만 그래도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사진을 다시 봐도
맛이 살아나는 것 같다.
너무 맛있었고,
시골인심에 너무 행복했고
사장님 내외분은 너무도 너무도 친절하셨다.
늦은 점심시간이어셔 식당과 붙어 있는 자택 거실에서 쉬고 계셨는데
우리를 보고는 흥쾌히 멋지고 맛있는 점심을 내어주셨다.
그리고 서울로 자전거를 타는 우리에게 포지하지 말고, 다치지 말고 조심히 여행을 하라며 응원과 격려를 해주셨다.
이런 숨은 맛집이 많이 알려져서 유명해 졌으면 좋겠다.
시간을 내어 다시 꼭 가볼테다.
미경식당
경남 창녕군 남지읍 고곡길 4-2
055-526-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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