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공덕동 주택가 노포, 마포원조껍데기집

2023. 4. 17. 22:21먹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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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덕동에 있는 한겨레 신문사 본사 바로 앞에 오래된 노포가 하나 있다.
이런 주택가에 이런 노포가 있을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코너를 돌면 갑자기 나타나는 노포인데,
주변에 있는 아파트 건물과 비교하면 참 안 어울리면서도 이런 모습을 잃지 않고 유지하고 있어서 참 감사한 마음이 생기는 그런 노포다.
 

오후 5시에 오픈하는데, 5시 30분쯤에 갔더니 벌써부터 웨이팅이 있었다.
가게 안이 좁고 테이블이 5개 밖에 없어서 웨이팅이 있을 수 있다는 정보가 있었지만
웨이팅이 이렇게 있는 모습을 보니 맛집은 맛집이구나 싶으면서도 갑자기 배가 막 고파지기 시작했다.
 

오늘 찾은 집은
공덕동 한겨레 신문사 본점 바로 앞에 있는
원조마포껍데기집이다.
 
식당이나 술집이 몰려있는 곳이 아니라
정말 주택가 한 곳에 우두커니 있는 식당이다 보니 조금 색다르게 느껴졌다.
정말 퇴근길에 잠시 들려 삼겹살에 소주를 먹을 수 있는 찐노포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건물 자체가 오래된 외관을 하고 있기도 했고,
그 건물과 역사를 같이할 것 같은 원조 마포껍데기집 간판이나 샤시문, 그리고 글씨가 벗겨져 나간 메뉴를 보니
말 그대로 아우라가 느껴지는 맛집의 모습을 갖춘 것 같아서 맛이 더 궁금해졌다.
 

저기 할머니 사장님 한 분이서 가게를 운영하고 서빙도 하고 계셨는데,
그만큼 가게가 크지 않아서  혼자서도 능히 가능한 것 같아 보였다.
기다림이 지루하지 않게 직접 요구르트를 나눠주시는데, 맛이 참 달고 달았다.
 

정말 한겨레 신문사 건물 바로 앞인데,
한겨레 근무하시는 분들, 그동안 소문 내지 않고 이렇게 맛있는 것을 혼자 드셨다니
참 부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야속한 생각이 들었다.
소문 좀 많이 내 주시지!!
 

기다리면서 안에서 맛있게 고기를 구워 한 잔 드시는 손님들을 보니 빨리 먹고 싶은 맘이 더 했다.
하릴없이 메뉴를 사진으로 담았는데,
얼마 전까지 저 메뉴판에 가격표가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오래된 메뉴판의 모습이었는데
최근에 가격이 조금 더 오르기도 했고, 손님이 많이 찾아서 새롭게 메뉴판을 벽에 붙인 것 같았다.
 
그마저도 손으로 이쁘게 글을 써서 청테이프로 붙인 것이 영락없는 노포의 모습이었다.
 

이 집은 돼지고기와 함께 닭똥집, 그리고 조기나 고등어구이를 같이 판매하는데,
말 그대로 육해공이 한 곳에 모두 모인 판국이다.
나는 삽겹살을 직접 구우면서 조기를 같이 먹었던 적이 있었던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이런 조합을 본적도 먹어본적도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삼겹살에 조기구이라니,
조합이 참 환상적이지 않는가.
 

주일(일요일)은 쉬신다고 한다.
그래서 토요일에 이렇게 사람이 많이 몰리는 것 같았다.
 
가게 오픈시간은 오후 5시인데, 문을 닫는 시간도 오후 11시까지,
6시간만 가게를 오픈하신다.
 

부엌의 사장님
인상이 참 좋으시고 너무나 친절하셨다.
그래서 사람들이 계속 찾나 보다 싶을 정도로 친절하셨다.
 

앞에 다섯 팀을 두고 웨이팅을 시작했더니
1시간 조금 넘도록 기다렸다가 겨우 입장을 할 수 있었다.
 
밖에서 보던 모습과 다르게 안이 더 좁아 보였다.
그래서 더 포근한 느낌이 들었고, 테이블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았다.
 
자리에 앉지도 않고 벽에 있는 미생 포스터와 연예인이 다녀간 사진,
그리고 여러 낙서와 유명인 사인을 찾느라 계속 가게 안을 두리번거려야 했다.
 

가장 먼저 주문한 메뉴는
목살소금구이였다.
 
두툼한 목살을 아무렇게나 썰어 나오는 모습이었는데,
고기를 올리고 이모님이 굵은소금을 직접 뿌려주셨다.
 
그러고 보니 불도 숯불이나 가스불이 아니라 연탄불이었는데,
오래된 노포가 갖추어야 할 진면목을 갖추고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이 조합만으로도 맛을 보지 않고도 충분히 고기가 맛있어 보일 정도였다.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이모님이 받침대를 사용해서 고기 불판을 조금 위로 올려주신다.
연탄불을 맘대로 조절하기 어려우니 이렇게 간격을 띄워 불의 세기를 조절하고 있었다.
은은한 연탄불 위에서 고기가 익어가는 모습과 바람에 실려오는 잘 익은 고기향이 내 눈과 코를 자극했다.
 

고기에 곁들여 먹는 반찬도 간결했다.
미나리와 상추, 열무청과 같은 야채가 수북이 쌓여 있어서 대조적이었는데
야채가 부족하지 않게 이모님이 계속 채워주셨고,
고기의 느끼함을 잡을 수 있도록 고추절임과 김치를 적당히 곁들여 먹울 수 있도록 계속 챙겨주셨다.
 

연탄불에 위의 목살은 숯불과는 또 다른 맛이 있었다.
타지 않게 잘 구워진 목살은 기름기가 없고 통통한 식감이 그대로 살아 내 입속으로 들어왔다.
젓가락을 놓을 수 없는 그런 맛이었다.
 

목살을 먹으며 조기구이를 같이 주문했다.
다른 연탄불에서 미리 구워지고 있던 조기가 주문하자마자 빠르게 배송이 되어 테이블로 왔다.
밥반찬이 아니다 보니, 간이 세지 않았는데,
간은 그렇다 치더라도, 크기가 내가 아는 그 조기가 아니었다.
 
정말 내가 먹었던 조기는 조기새끼일 뿐이었고, 여기 조기는 가격이 미안해질 만큼이나 크고 살이 실한 조기 녀석이었다.
삼겹살을 먹다가 어떻게 조기를 같이 먹냐, 싶기도 하겠지만
조기의 약한 소금 간과 생선향이 돼지고기의 느끼함과 특유의 고기 향을 날려주어 참 조화로운 맛이 났다.
 

생선을 반쯤 먹고
추가로 닭똥집을 주문했다.
 
내가 참 좋아하는 닭똥집
그런데 양념이나 조리가 된 닭똥집이 아니고 애기 손바닥만 한 생닭똥집이 그대로 테이블로 나 왔다.
식당에서 이렇게 닭똥집을 구워 먹었던 적도 처음인 것 같았다.
입맛에 맛게 구워 먹는 재미가 있었다.
 
간단한 참기름 양념만 되어 있어서 알맞게 익은 닭똥집을 소금장에 찍어 먹는 맛이 일품이었다.
 

다음은 돼지갈비
메뉴에 있는 메뉴는 다 먹어보자 싶었다.
배가 불러서일 수도 있지만, 돼지갈비는 조금 텁텁한 느낌이 없지 않았다.
같이 갔던 일행이, 테이블 회전이 너무 빨라 돼지갈비 양념에 오래 재지 않아서 덜 부드러운 것 같다는 얘기를 해줬다.
갈비는 좀 부드러워야 하는데, 갈비맛도 조금 덜 나는 것 같았다.
 

마지막은 돼지껍데기로 마무리를 했다.
가게 이름이 껍데기집이기도 했고, 마지막으로 껍데기로 가볍게 마무리를 하고 싶었다.
껍데기는 조금 두툼하게 나왔는데, 구우면서 말리지 않는 껍데기는 처음이었다.
 
잘 익은 껍데기 맛은 엄청 부드럽고 쫄깃쫄깃하면서 콜라겐 맛이 나는 껍데기였다.
옆 테이블을 보니 소금구이와 껍데기를 같이 주문하는 테이블도 많았다.
 

천천히 연탄불 앞에 앉아서 고기를 구우며 지인과 이런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노포였다.
배가 불렀지만 메뉴에 있는 여러 메뉴를 주문해서 조금씩 맛을 봤는데
왜 사람들이 여기를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우리 동네에도 이런 고깃집이 있으면 좋겠다는 부러움이 남는 그런 식당이었다.
 
집에서 멀지 않으니 가끔 찾아가서 분위기를 느껴봐야겠다.
 

다 먹고 계산을 하는데,
오래된 노트, 공책에 직접 볼펜으로 주문한 메뉴에 가격을 맥여 계산을 해주셨다.
사진에 보이는 주판을 이용해서 직접 계산을 하셨는데,
오랜만에 주판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니, 마지막까지 이 가게가 더 정겨워지는 모습이었다.
 
즐겁게 계산을 하고 맛있게 잘 먹었다는 인사를 남기고 가게를 나왔다.
 

아직 가게에 남아 저녁을 즐기고 있는 무리들을 뒤로하고
오랜만에 맛있는 고개를 먹고 든든한 포만감을 느끼며 길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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