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12. 00:36ㆍ먹거리
돼지국밥은 익숙했다.
그런데 돼지곰탕은 어색했다.
돼지국밥이면 돼지국밥이지, 돼지곰탕은 머꼬?
그 단어조차도 어색한 돼지곰탕 맛집이 연남동에 있다고 해서 맛을 보러 갔다.
옥동식
이름이 참 단출하면서도 뭔가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屋 : 집 옥
同 : 한가지 동
食 : 밥 식
한 가지 음식을 판매하는 집인가?
얼마나 맛있는 집이길래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이 된 것인지 궁금했다.
기드 미슐랭 Guide Michelin (영어 : 미쉐린 가이드)
프랑스 타이어 회사인 미슐랭(영어명 미쉐린)에서 발간하는 세계 최고 권위의 여행장보 안내서다.
1900년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나눠 주던 자동차여행안내책자로 시작을 했다.
1957년부터 유럽국가 전역으로 확대됐고, 2005년에는 미슐랭 뉴욕, 2007년에는 미슐랭 도쿄가 발행되었다.
한국에는 2016년 11월, '2017 미슐랭가이드 서울'이 발행되었는데, 전 세계에서 28번째 미슐랭 가이드 발행 국가가 되었다.
차를 타고 맛집을 다니면서 빠르게 타이어를 소모시키고 교체를 하기 바랬던 타이어 회사의 바람이 이루어졌다고 봐야 할 것이다.
워낙 맛집이다 보니 웨이팅은 기본인데,
가게 입구에 캐치테이블(Catch Table)을 통해 편리하게 순서를 확인할 수 있었다.
투명한 유리창으로 훔쳐본 가게 안쪽은 그리 넓지 않고, 테이블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기다리다 보니 빠르게 순서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가게가 정말 연남도 주택가 한 가운데 덩그러니,
정말 뜬금없이 위치해 있었다.
그렇다 보니 가게를 오가는 손님때문에 주민들이 이래저래 불편을 겪고 있으신 모양이다.
가게를 방문하시는 분들이 매너를 지켜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렇게 짧지만 긴 웨이팅이 있은 후에 카톡으로 입장 안내문을 받을 수 있었다.
가게로 입장을 하니 바(Bar) 형태의 테이블이 길게 놓여 있고,
안쪽으로 오픈 키친이 놓여 있는 모습을 한 실내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이 여기 옥동식의 전부였다.
테이블이 많지 않았는데, 오히려 이러한 모습이 조용히 음식 맛에만 집중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같아서 좋았다.
한쪽 벽을 보니,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된 것이 올해 2023년이 처음이 아니었다.
2018년부터 무려 6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 선정이 된 것이었는데,
6년 동안 이곳을 모르고 지내온 내가 너무나 무심해 보이는 순간이었다.
홍대, 연남동, 연희동을 자주 오갔었는데 정말 이런 곳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메뉴는 너무 단촐하다.
돼지곰탕, 단 하나의 메뉴뿐이었는데 보통 아니면 특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돼지곰탕 보통 10,000 원
돼지곰탕 특 16,000 원
고민할 것도 없이 나는 돼지곰탕 특으로 주문을 했다.
자리에 앉으니 고추지(양념장)이 담긴 접시와 빈 접시 하나를 가져다주셨다.
그리고 이어서 뚜껑이 있는 놋그릇 하나를 같이 놓아 주셨는데, 개별로 덜어 먹을 수 있는 김치단지였다.
김치는 아주 신김치는 아니었는데,
오히려 그 맛이 돼지곰탕과 잘 어울리는 정도의 신맛이 나는 김치였다.
그리고 아직 아삭함이 남아 있어서 식감도 참 좋았다.
그리고 물도 그냥 생수가 아니라 끓인 물을 시원하게 만들어서 내어주셨는데,
향이 참 좋아서 밥을 다 먹고 나서도 물을 더 달라고 해서, 차처럼 천천히 맛을 보며 마시기도 했다.
맥주가 참 맛있다는 후기가 있어서 생맥주도 같이 주문을 했는데,
주문하자마자 저기 앞에 디스펜서에서 바로 생맥주를 뽀아 주신다.
탄산과 거품이 살아 있는 생맥주!
눈으로 봐도 청량감으로 맛을 살려주는 맥주의 모습이다.
이 집이 맘에 들었던 것은,
그릇과 수저를 모두 놋그릇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는데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독기를 없애주는 장점이 있어서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놋그릇과 수저이다.
식사를 하는 동안 뭔가 고급지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 놋그릇으로 구성된 식기류가 한몫을 한 것 같다.
주문한 돼지곰탕이 나왔다.
처음 만난 돼지곰탕은 확실히 돼지국밥과는 구분이 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투명한 국물과 넓고 얇게 썰어 얹은 돼지고기 살점이 명확하게 곰탕에 가까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얇게 편 돼지고기 살점은 고추지 양념장에 찍어서 밥과 함께 먹기 좋았다.
마치 반찬을 먹듯, 밥 한 숟갈과 고기 한 점을 같이 먹었다.
추가적으로 소금이나 후추 간을 할 수가 있었는데,
나는 소금 간 대신 김치를 국밥에 넣어서 간을 하고 약간 매콤한 맛으로 곰탕을 먹었다.
그렇게 천천히 맛을 음미하며 식사를 했는데,
첫맛은 평양냉면 국물 같이 밍밍하면서도 싱거운 느낌이 나는 맛이었다가
먹으면 먹을수록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 나는 그런 돼지곰탕 한 그릇이었다.
다 먹은 사진을 찍지는 못 했지만,
정말 국물 한 숟갈,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던 한 그릇이었다.
너무 맛있게 잘 먹고, 또 기분까지 좋아졌던 식사였다.
내 바로 옆 테이블에는
일본에서 온 커플 여행객이 있었는데,
짧은 일본어 실력이지만, 그래도 먹는 내내 맛있다는 말씀을 계속하셨던 것 같다.
한국의 국물 맛을 본 이상, 한국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든든한 한 상으로 한 여름 더위를 날리고 왔던 시간이었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해야 한다면 생각이 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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