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7. 8. 11:58ㆍ먹거리
비가 너무나도 많이 내리는 토요일 오후였다.
약속 장소기 집에서는 또 엄청 먼 거리여서, 갈까 말까 망설여지기까지 했던 날이었다.
그렇게 별 기대 없이 나갔던 하루였는데 이렇게 인생 소고기 맛집을 만날 줄이야!!
그래도 지하철을 타고 답십리역까지 이동을 했는데,
약속장소가 지하철역에서 가까워서 많은 비가 내렸지만 또 많이 걷지 않고 약속장소에 도착을 했다.
답십리 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로데오거리가 있다.
푸르미르 로데오거리
성동구까지 올 일이 많이 없어서 구석구석 다녀보지는 못 했지만
이런 골목이나 재래시장을 만나면 참 반가운 법이다.
푸르미르가 어떤 어파트 단지나 상표이름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았다.
치커리생구이
로데오거리 골목을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이렇게 가게가 자리하고 있다.
E채널 토요일은 밥이 좋아에서, 본래 강원도 속초에 있는 치커리생구이를 방문해서 유명해진 곳이다.
그 이후 현주엽 유튜브 채널, 먹보스에 방영이 되어서 더더더 유명해졌다.
현주엽과 출연진들이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었다.
부산에서 친구가 서울 출장을 오기도 했고,
지인분이 또 거하게 한턱내겠다고 해주셔서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아니 올 수가 없었던 곳이었다.
혹시나 자리가 없을까 봐
우리 일행은 2주 전에 네이버로 예약을 했다.
그런데 그러길 참 잘했던 것이,
가게가 그렇게 크지 않고 테이블이 많지 않아, 예약을 안 했다면 입장조차도 어려웠을 것 같다.
실제로 빈 테이블이 있어서 손님들이 들어와 앉으려고 하는데,
사장님이, 예약한 테이블이어서 죄송하다며, 앉을 수 없다고 손님들을 다시 내 보내는 모습도 보였다.
[네이버 예약 l 치커리생구이]
치커리생구이 : 네이버
방문자리뷰 222 · 블로그리뷰 19
m.place.naver.com
예약자 이름을 말씀드리니
돌판이 미리 준비된 테이블로 안내를 해주셨다.
TV를 통해서 봤을 때 참 궁금해지던 그 돌판이었다.
이 두께의 돌판으로 소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다니,
맛이 없어도 맛있는 소고기 맛이 날 것 같은 그런 맛있는 돌판이었다.
메뉴가 정갈해 보였다.
나무 인테리어에 치커리가 생각나는 초록색으로 대비를 주었는데
왠지 식욕이 살아나는 것 같은 인테리어였다.
한우모듬 Set를 우선 주문했다.
고기가 준비되는 동안 가게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
역시나 TV방송 출연을 했던 사진들이 벽에 걸려 있었다.
낯이 익은 사진들과 배우들의 모습, 그리고 유명인의 사인도 볼 수 있었다.
고기 부위를 설명하는 설명서도 볼 수 있었다.
고기를 먹으면서도 사실 어떤 부위의 고기를 말하는 것인지, 이름만 듣고서는 잘 알지 못했었는데
그림과 설명을 보며 고기를 먹을 수 있어서 모르고 먹는 고기보다 더 맛있을 것 같았다.
치커리생구이 답십리 역점
속초에서 35년 전 치커리를 먹여서 키운 소를 판매했었습니다.
그것이 시작이 되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네요. 지금은 판매를 하지 않아요.
왜 이렇게 특별하죠?
첫 번째, 35년 경력의 사장님이 엄격한 기준으로 직접 선별합니다.
두 번째, 치커리만의 섬세한 고기 손질법이 있어요.
세 번째, 고기에 진심을 담았습니다.
지금의 치커리생구이는?
속초 교동점에서 시작하여 서울 답십리역점 두 번째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변함없는 최고의 고기로 보답하겠습니다.
가게 벽면 한편에 걸린 치커리생구이를 설명하는 문구다.
뭔가 믿고 먹을 수 있는 먹거리 같아서 맘에 들었다.
반찬들이 먼저 준비가 되었는데, 가게 이름처럼 치커리가 같이 식탁에 나왔다.
소도 치커리를 먹고, 나도 치커리를 먹는다.
그리고 이어서 나온 모듬 한 세트
맨 위에 차돌박이를 포함해서 꽃등심과 살치살이 같이 한 접시에 담겨 나왔다.
잘 달구어진 돌판에 차돌박이를 먼저 올렸는데
진짜 돌판에 올리자마자 차돌박이가 익는 바람에,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차돌박이를 재빨리 해치워버렸다.
어찌나 맛있던지,
사진 초점이 잘 맞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아무렇게나 사진을 남기고는 입으로 입으로 그렇게
차돌박이를 밀어 넣었다.
얇아서 오래 씹지도 않고 그렇게 차돌박이를 계속 입에 넣었는데
눈 녹듯 사라지는 고기가 아쉬울 만큼이나 향이 좋고 맛있는 맛이었다.
다음은 살치살
빛깔이 너무 고와서 잠시 넉을 놓고 고기가 익어가는 소리를 잠시 듣고 있을 정도로 색이 고운 살치살이었다.
사장님께서 어떻게 먹으면 맛있는지 알려주셔서 그렇게 먹어 봤는데
어떻게 먹든, 고기가 맛을 다 알려주는 그런 맛있는 살치살 맛이 나는 맛이었다.
내 인생에 이렇게 맛있고 보드라운 고기를 맛본 적이 있었던가 회상하게 되는 그런 고기 맛
비 오는 날, 멀리 발걸음을 한 수고를 잊게 해주는 그런 맛이었다.
마지막은 꽃등심이었는데,
보기에는 살치살처럼 보이지만, 크기를 그렇게 잘라서 그렇지 도톰한 살점이 바짝 기를 세우고 있는 꽃등심이 분명했다.
잘 달구어진 돌판에 홀로 누워 익어가는 꽃등심이 어찌나 나를 유혹하던지
덜 익었지만 젓가락을 들고 고기로 손이 가는 나를 겨우 달래야만 했다.
핏기가 가시자 마자 젓가락을 들어 고기를 맛보는 바람에
꽃등심 젓가락 샷은 미쳐 남기지도 못하고 먹어버렸던 꽃등심이었다.
등심이 익으면 딱딱해진다는 내 이전 소고기에 대한 개념을 송두리째 바꿔버린
치커리생구이의 꽃등심 맛이었다.
치커리생구이의 화룡점정
바로 소고기된장찌개다.
주문을 하면 잘 달궈진 돌판 위에 바로 된장찌개를 부어주시는데,
돌판의 뜨거운 온도로 열을 보호하면서도 앞서 구워 먹은 소고기 기름도 버리지 않고 잘 활용할 수 있어서
그냥 된장찌개가 아니라 진짜 소고기맛이 진하게 우려 나는 된장찌개를 맛볼 수 있다.
또 된장 안에 소고기 살점을 어찌나 많이 주시는지,
소주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치커리생구이에 이 된장찌개를 맛보기 위해서라도 꼭 가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우리 일행은 이 된장찌개에 밥까지 말아 버렸는데,
밥을 한 공기 다 말면 밥알이 찌개 국물을 먹어 많이 짤 수도 있다는 경고를 무시하고,
그러면 양이 많아져서 다 먹지도 못 할 것이라는 협박에도 굴하지 않고 기어코 밥 한 공기를 다 말아버렸다.
그런데 이거 완전 사람 잡는 된장찌개밥인데,
양도 양이지만 너무나 맛이 좋고 또 짭짜리 한 밥알이 고기의 느끼한 기름기를 싹 다 잡아줘서 추가로 주문하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물이 쫄아들면 추가하고, 또 추가하기를 반복하면서,
국물이 많으면 공깃밥을 더 추가하고 또 말고를 계속 되풀이하면서
그렇게 우리 일행은 된짱찌개 국물 3번, 공깃밥 세 그릇을 비벼 마지막을 장식하게 되었다.
고기맛도 맛이지만 고기를 먹은 후에 먹는 이 된장찌개 맛이 너무나 맛있는 치커리생구이였다.
손님들을 위해 일런 이벤트까지 진행 중이시던데,
나는 소주, 음료수 안 받고도 블로그에 추천을 해드리고 싶을 만큼 맛이 좋은
소고기, 된장찌개 맛집이었다.
미소가 너무나 멋지고 정말 친절하신 사장님께서,
우리 일행이 경상도 사투리를 사용하면서 야구 얘기를 하고 있으니,
말씀하시는 것을 들어보니, 롯데 팬이신가 보네요?
라고 해주셨다.
말투에서 경상도 분이신 게 딱 보여서 롯데 팬이신지 여쭤봤습니다.
저는 한화 팬입니다!!
이렇게 또 야구팬 커밍아웃, 아니 덕밍아웃을 하면서 잠시 야구에 대해서 사장님과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롯데와 한화,
한화와 롯데
뭔가 애틋하면서도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을 해주고 싶은 그런 야구팬들
아니,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꼭 야구 때문에 그런 건 아니고
정말 치커리생구이
내 인생 소고기와 된장찌개를 맛본 맛집이다.
속초까지 가기에는 여건이 허락이 되지 않을 때,
정말 소중한 분들과 맛있는 추억을 만들고 싶다면 꼭 한 번 들려보시기를 추천드린다.
'먹거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경기도 가평] 자라섬 커피 맛집, 커피볶는남자 (0) | 2023.08.01 |
---|---|
[서울] 연남동 옥동식(屋同食) 돼지곰탕, 미슐랭 가이드 서울 2023 (0) | 2023.07.12 |
[서울] 목동 조연탄, 제주 먹고기, 제주 찐 흑돼지 맛집 (0) | 2023.06.27 |
[서울] 을지로 미나리 삼겹살, 대지식당 (0) | 2023.06.19 |
[서울] 종삼육, 종로3(삼)가 육고기 맛집 (2) | 2023.06.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