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27. 00:08ㆍ먹거리
부산에서 친구가 서울에 놀러 왔다.
출장을 겸한 서울행이었지만, 주말은 나랑 서울 구경을 하고 나름의 추억을 많이 만들어 두었다.
저녁으로 어떤 맛있는 것을 좀 소개할까 고민하다가
집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곳이기도 했고,
최근 사무실 사람에게 강력 추천을 받은 '조연탄'에 가서 흑돼지 먹고기를 먹기로 했다.
조연탄이 왜 '조연탄'일까
그런 고민을 하면서 조연탄에 도착을 했는데
부처님오신날, 월요일 이른 저녁시간대였지만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웨이팅을 해야만 했다.
소문을 익히 들어 맘을 단단히 먹고 오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많은 웨이팅에 조금 당황하면서 곧 내 순서가 오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내 이름을 순위에 올려두었다.
조연탄을 나타내는 로고 같았는데,
웨이팅을 위한 공간의 의자 옆에 이렇게 입간판을 세워두고 손님들의 웨이팅을 돕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렇게 웨이팅을 이어가는 동안,
같은 웨이팅 손님이 계속해서 가게를 들락날락하는 모습이 보였다.
가만히 앉아서 기다리지 왜 이렇게 왔다 갔다 하나 궁금해지려는 순간,
같이 온 친구가 밖에서 나를 급하게 부르는 것이었다.
거리로 나가서 주변을 살피니
바로 옆건물에 조연탄이 또 보이는 것이었다.
아니, 조연탄 옆에 또 조연탄?
그렇게 또 주변을 살피는데, 웬걸
또 다른 조연탄이 눈앞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뭐지 이 조합
조연탄 옆에 조연탄
그리고 조연탄 앞에 또 조연탄이라니
그러던 중에 웨이팅 줄을 정리하던 가게 직원분이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오늘 2호점이 오픈을 하지 않아서
1호점 3호점만 문을 열었더니 이렇게 바쁘네 !!
뭐야
그럼 이 모든 조연탄이 진짜 조연탄이라는 건가?
알고 보니,
조연탄의 지점은 총 4곳인데,
그 4곳의 지점이 반경 5m 이내에 쪼로미 붙어 있는 것이었다.
휴일이라 총 4곳의 지점 중에 1호점, 3호점 2곳만 오픈을 해서 손님을 맞고 있었는데
예상보다 많은 손님이 몰려 웨이팅이 길어졌고,
직원분이 바삐 움직이는 것은 기대하지 못한 손님 때문이라는 것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웨이팅을 하는 동안
같이 웨이팅을 하던 무리들이 계속 가게를 들락날락했던 것도
바로 옆의 3호점에도 같이 웨이팅 리스트에 이름을 써 놓고
어디가 빠른지 왔다 가며 체크를 했었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런 무지한 경우를 다 봤나!
아니, 이런 아무런 정보도, 작전도, 전략도 없이 조연탄을 찾은 무리를 봤나!!
나와 내 친구는 동네 마실 가듯 간단하게 집 앞에 가서 삼겹살이나 구워 먹자는 심정으로 길을 나섰는데
우리 빼고 모두 눈치껏 빠른 줄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조연탄의 높은 문턱을 체감하면서
친구와 내가 둘로 나누어서 1호점과 3호점에 각각 웨이팅을 해보기로 했다.
그러면서 나는 핸드폰으로 조연탄에 대한 후기를 찾아봤는데,
우연히 조연탄의 홈페이지를 방문하게 되었다.
[조연탄 홈페이지]
조연탄
서울 목동에 위치한 제주먹고기 식당 조연탄(JOYEONTAN)의 공식 온라인 사이트입니다.
joyeontan.com
처음에는 조연탄 체인점을 모집하기 위한 창업 홈페이지인 줄 알았다.
그런데 천천히 홈페이지를 둘러보니,
창업을 위한 것이 아닌 조연탄의 역사와 의미를 소개하기 위한 홈페이지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조연탄
오후 1시부터 오후 11시 (일요일, 명절 휴일 / 공휴일 정상 영업)
제주 먹고기(200g) 15,000 원
제주 껍데기(200g) 10,000 원
한우 암소 육회(100g/200g) 10,000 원/20,000 원
영업시간, 메뉴를 확인할 수도 있었는데,
내가 눈길이 갔던 것은 조연탄의 역사와 영업 스토리를 웹툰 형태로 홈페이지에 업로드를 해둔 것이었다.
조연탄 스토리 l 바로가기
조연탄이 왜 4호점까지 생기게 되었는지, 홈페이지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궁금증이 풀리면서도 빨리 고기 맛을 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50분 정도를 기다렸다가 드디어 입장을 하게 되었다.
조연탄은 손님이 나가더라도 바로 다음 손님을 받지 않는데,
그 이유를 테이블에 앉아서 알게 되었다.
기본적으로 세팅이 필요한 음식들이 있었는데,
음식이 갖추어진 다음 손님을 받는 방식, 조연탄이 손님을 대하는 가치관을 엿볼 수 있었다.
사장님이 먹고기를 먼저 먹고
껍데기를 맛보거나 식사를 하라고 추천해 주셨다.
그래서 먹고기를 먼저 주문을 했는데 200g에 15,000 원이라니 !!
가격 또한 너무나 착한 조연탄이었다.
간결하게 담겨 있는 양념장과 김치, 콩나물
홈페이지에 여기 명랑젓이 왜 같이 올라져 있는지 알고 있는 대목이 있었다.
이 조함, 하나도 어색하지 않고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었다.
먹고기가 나왔는데,
카메라로 다 담을 수 없는 선홍색 고기의 모습이, 굽기도 전에 군침이 돌게 만드는 외모이었다.
고기는 사장님과 직원분이 돌아가면서 구워주셨는데,
고기를 잠시 구우려고 집게를 들었더니 어느새 다가오셔서 그러지 말라며 집게를 뺏들어 가시는 사장님이셨다.
흑돼지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는 모습이었다.
두툼한 고기를 그대로 불판에 올렸는데, 이게 익기는 할까 싶을 정도로 두꺼운 모습이었다.
고기가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데
다익을 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것 같은 충동을 느낀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고기를 가위로 잘라서 깍두기 모양으로 불판에 놓을 때마다 젓가락으로 한점 한점 주워오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고기의 첫 입은 사장님이 다가오셔서 집게로 양념을 찍어 직접 입에 넣어주셨다.
고기를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라며 알려주셨는데,
다 필요 없다.
그냥 고기가 너무나 맛있어서, 어떻게 먹든 상상 이상의 고기맛을 느껴볼 수 있는 먹고기 맛이었다.
우리는 에어컨 바로 앞쪽에 앉아서 머리 위로는 차자운 냉기를 맞으며 먹고기를 맛봤다.
조연탄에 가면 이렇게 시원한 에어컨 앞에서 고기를 맛볼 수 있는데,
이것도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던 사장님의 고기 철학이 담겨 있는 모습이었다.
고기랑 냉면은 꼭 같이 맛봐야 하는 조합이다.
특히나 조연탄에서는 꼭 냉면에 고기를 같이 먹어봐야 한다고 해서 물냉면을 같이 주문했다.
왜 조연탄 지점 중에 3호점 이름이 조연한 함흥냉면인지
직접 먹어봐야 그 의미와 철학을 이해할 수 있는 맛이었다.
물냉면에는 만두가 함께 나왔는데, 배가 불러서 급히 먹을 수가 없어 아쉬울 만큼 맛있는 냉면과 만두였다.
주문하지는 않았지만 비빔냉면에는 낙지를 넣어서 먹을 수가 있다고 했다.
나는 보통 비빔냉면을 즐기는 편인데,
이렇게 물냉면에 고기를 싸 먹어도 조합이 너무나 맛있는 조연탄 함흥냉면이었다.
조연탄에만 있는 조연탄, 연탄주 소주잔
소주 반잔은 그냥 반잔이 아니라, 연탄주라고 부르는 반잔을 마실 수가 있다.
조연탄에서는 소주를 시키면
사장님이 망치로 소주병을 연신 두들겨서 내어주시는데,
바로 소주를 슬러시로 만들어서 내어주시기 위해서다.
시계 방향으로 조연탄 1호점(조연탄), 2호점(기다리면돼지), 3호점(함흥냉면), 4호점(육회해)
1호점은 조연탄이라는 상호명도 없었고 심지어는 간판에 불도 꺼져 있다.
이것 역시 그 이유를 홈페이지 조연탄 스토리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밤 10시 30분
문 닫기 30분 전
이쯤 되어야 그 많던 웨이팅이 끝이 나고 가게도 한산해지는 시간이 되는 것 같았다.
다음에 꼭 다시 찾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삼겹살집
사장님의 이야기를 알고 먹어서 더 맛있었던 흑돼지 먹고기 맛집
서울 목동,
조연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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