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6. 8. 00:15ㆍ먹거리
이름이 끝집이다.
끝에 있어서 끝집이기도 하지만, 조개구이 맛으로도 이 집이 끝이다는 느낌이 드는 가게 이름,
끝집이다.
끝집
청사포 조개구이, 장어구이 맛집
대중교통으로는 가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자차나 택시를 타고 창사포로 갔다가, 바닷가가 나오면 우회전을 해서 나타나는 좁은 길을
끝까지 들어가면 정말 도로 끝에 '끝집'이 나타난다.
건물 뒤쪽으로 주차장이 넓어서
자차를 이용한다면 주차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최근에 부산에 바닷가를 따라서
스카이캡슐 모노레일이 다니고 있어서 청사포를 찾는 사람이 많이 늘어났기도 했지만
원래 청사포는 부산 사람이 사랑했던 바닷가이고 조개구이 맛집이 즐비한 곳이었다.
모노레일 승강장이 생기면서 더 유명해져서 좋기는 하지만,
조개구이 맛집의 바닷가 자리나 방갈로 자리를 잡으려면 조금 서두르는 것이 좋다.
본래는 1층의 방갈로에서 조개를 구워 먹고 싶었는데
서둘러서 간다고 갔지만 방갈로는 이미 커플들이 모두 차지하고 빈자리가 없었다.
우리는 2층 창가 빈자리를 하나 차지할 수 있어서 다행히 바다를 보면서 조개를 구울 수 있었다.
이런 화로가 있는 원형 테이블이다.
여기에 연탄불을 넣어 주시는데, 도란도란 둘러앉아 연탄불을 쬐며 조개를 구워 먹을 수 있다.
조개구이 (중) 45,000 원
가리비 (중) 45,000 원
장어구이 (중) 45,000 원
새우 35,000 원
밑반찬은 단촐하다.
양파 양념장과 마늘, 땅콩 감자,
그리고 바다 다슬기라고도 부르는 갯고동을 준다. (부산에서는 다슬기를 고동이라고 한다.)
나는 갯고동을 너무나 좋아해서
가능하다면 리필을 대여섯 번은 더 받아서 쪽쪽 알맹이를 빼먹는데,
먹다 보면 내 앞에만 갯고동 껍데기가 수북이 쌓여 있는 진풍경을 만들기도 한다.
조개 중자 하나를 시켰다.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부산의 조개구이다.
나는 부산에서 조개구이를 먹을 때 2곳 중에 한 곳을 선택하는 편인데
한 곳은 암남공원의 조개구이 포장마차,
그리고 나머지 한 곳은 청사포의 이곳, 끝집이다.
알이 참 실하고 싱싱한 조개를 맛볼 수 있어서 올 때마다 늘 만족하고 돌아가는 조개구이 집이다.
오늘도 다양한 구성에 푸짐한 양으로 나를 만족시켰다.
이 가격이 45,000원이라니!!
얼마 전 서울 모처에서 회식으로 조개구이를 먹으러 갔다가
애기 손바닥 보다도 더 작은 가리비 알을 보고 나도 모르게 옆사람이 들릴 정도로 헛웃음을 지었던 적이 있다.
가리비는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를 먹는다는 것을 부산에 오시면 보여 드리고 싶었다.
아무래도
부산이라서 회나 해산물, 조개구이는 저렴한 것 같다.
연탄불에 가지런히 조개를 올려 열을 가했다.
조개가 익을 동안
오랜만에 만난 고향 친구들과 근황을 묻고 안부를 물었다.
많은 말이 없어도 충분히 좋은 그런 친구들과
맛있는 조개 구이를
연탄불에
바다를 보면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구워 먹었다.
내가 부산 조개구이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조개구이 먹을 때 그냥 초장에 찍어 먹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렇게 버터를 녹인 버터물에 양파를 넣어 살짝 끓은 다음 초장을 넣어 양념장을 만들어 먹는데,
다 익은 조개를 그냥 찍어 먹는 것이 아니라 저기 버터양념 냄비에 조개를 빠트린 다음에
양념에 배인 조개를 하나씩 찾아서 꺼내 먹는다.
조개를 찾는 맛도 있지만
숟가락으로 조개를 꺼내 먹을 때 함께 버터물과 양파를 같이 먹을 수 있기 때문에
초장의 짭조름한 맛과 버터의 향긋한 향, 그리고 양파의 식감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이 맛을 맛본 사람은
반드시 부산을 다시 찾을 수밖에 없을 것 같은
그런 맛이다.
나는 요즘에도 뜨거운 여름이 끝나고
선선한 가을바람이 살랑 부는 즈음에 꼭 부산의 조개구이가 생각이 난다.
1층에는 이렇게 방갈로로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데
바다를 바로 앞에서 바라보며 조개를 구워 먹을 수 있다는 감성도 있지만
옆 방갈로와 분리되어 있는 독립된 공간이어서 오손도손 대화를 나누기 참 좋은 공간이다.
이번엔 방갈로 자리를 성공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2층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맛 좋은 조개구이를 먹을 수 있었다.
가을이 오면
다시 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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