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7. 23:27ㆍ먹거리
서울에만 명동이 있는 줄 알았는데 춘천에도 명동이 있었다.
춘천에 명동만 있는 것이 아니고, 명동에는 닭갈비골목이 있었는데,
춘천에 닭갈비가 유명하다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닭갈비골목으로 만들어져 있는지 몰랐다.
골목 안에는 여러 닭갈비 맛집들이 줄을 서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후 4시쯤 닭갈비 골목을 찾았기 때문에 점심도, 저녁도 아닌 어중간한 시간이었다.
그래서 사람이 많지 않았다.
골목에는 춘천닭갈비의 역사가 기록되어 있었다.
춘천 닭갈비
예로부터 춘천은 지리적으로 양계업이 발전했으며,
춘천 닭갈비는 양계농가에서 팔고 남은 닭으로 화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서 안주로 먹었던 것에서 유래했다.
1950년대 춘천 중앙로에서 처음 팔기 시작했고, 닭을 뼈째 토막 낸 것이 갈비와 비슷하다 해서
닭갈비라는 이름을 얻었다.
왜 닭갈비라고 부르는지 참 궁금했는데,
그 뜻을 알게 되어서 뭔가 오래된 채증이 내려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모두 본가, 전통이라는 간판을 내 걸고 손님을 유혹하고 있었다.
여기 있는 모든 가게, 모든 닭갈비가 대한민국에서 처음 닭갈비를 만들어 낸 가게이니,
모두가 본가고 원조라고 할 수 있을 법했다.
배가 엄청 고프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춘천에 들른 김에 닭갈비 맛을 보고 가고 싶었다.
그래서 골목을 거닐며 적당한 가게를 하나 수소문했다.
골목이 길지는 않았지만,
좁은 길목에 많은 닭갈비 집이 있어서 딱 한 곳만 고르는 것이 쉽지 않았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아봐도 모두가 다 맛집이라고 해서 어느 하나를 고르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그냥 외관에서 풍기는 느낌만 보고 한 곳을 골라서 맛을 보기로 했다.
명동1번지닭갈비
외관 사진을 찍지 못했지만, 골목 끝쪽에 위치해 있으면서도 넓은 통유리로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곳이었다.
넓은 실내가 시원시원한 느낌이 들어서 가게로 들어와 닭갈비를 주문했다.
명동1번지닭갈비
강원도 춘천시 금강로62번길 7
033-256-6448
주차는 근처 강원도청 주차장 이용 후 도보로 이동 가능 (약 5분)
닭갈비 1인분(300g) 13,000 원
알고 들어오지는 않았는데
이미 유명한 분들이 많이 다녀가신 곳이었다.
맛이 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처음 닭갈비를 맛봤던 때는
중학교 때 부산에 있는 유가네닭갈비라는 곳에서 맛본 철판볶음밥 형태의 닭갈비였다.
그때 유가네닭갈비라는 상호명 때문에 나는 닭갈비가 원래 이렇게 밥과 함께 볶아 먹는 음식인 줄로만 알고 있었다.
나는 유가네닭갈비의 철판볶음밥을 참 좋아해서
서울에 사는 지금도 홍대에 있는 유가네닭갈비를 일부러 찾아가서 철판볶음밥을 먹고 올 정도다.
그러다 군대를 갔는데,
휴가를 같이 나온 선임이 춘천식 닭갈비를 먹으러 가자는 얘기에 너무 반가워서 따라갔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기대했던 것과는 다르게
육중한 몸집의 닭 살코기가 나오는 것을 보고 엄청 어리둥절했었던 기억이 있다.
이런 모습의 닭갈비
이것이 원래 닭갈비의 모습인데, 내가 처음 가지고 있던 닭갈비의 인식을 바꾸는데 한참이 걸렸다.
그런 닭갈비를 닭갈비의 본고장인 춘천에 와서 맛을 본다는 것이 참 색달랐다.
양배추가 참 많은 것처럼 보이지만
열을 받으면 양이 많이 줄어들고, 또 양념이 잘 배인 닭고기와 너무 잘 어울리는 식재료였다.
잘 만들어진 춘천 닭갈비와 쌈 하나
너무나 맛있게 잘 먹은 닭갈비 한 상이 었다.
내가 아는 유가네 철판볶음밥은 특제 소스가 참 맛이 있는 볶음밥인데,
춘천식 닭갈비는 살코기를 큼지막하게 썰어 철판에 볶은 닭고기 요리였다.
원래 닭갈비를 다 먹고 철판에 밥을 볶아 먹어야 할 것 같았는데,
배가 불러서 밥은 포기하고 닭고기만 철판에 붙은 양념까지 박박 긁어먹었다.
춘천에 간다면
또다시 명동에 들러 닭갈비 맛을 보고 싶었다.
그때는 배가 좀 꺼진 상태로 가서 밥까지 볶아 먹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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