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 15. 23:27ㆍ먹거리
구로디지털단지
구디역 근처에도 구성이 좋은 오마카세가 있다고 해서 방문을 했다.
가격 대비 구성도, 맛도 좋다고 하는 곳인데
사실 오마카세가 필요 이상으로 비싼 값을 받는 것 같아서
나는 잘 즐기지 않는 식문화였다.
비쇼쿠(美食, びしょく)
구디 코오롱싸이언스밸리 2차 건물에 위치해 있는 오마카세 식당이었다.
건물 1층 한편에 위치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오마카세 お任せ
'맡긴다'는 뜻의 일본어
메뉴판이 따로 없이 그날의 음식을 주방장이 알아서 만들어 내놓는 일본식 코스 요리다.
주방장이 그날 그날 준비한 재료로 요리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다.
스시 비쇼쿠 美食, びしょく
서울 구로구 디지털로34길 55 코오롱싸이언스밸리 2차 1층
예약전화 : 02-865-1488
영업시간 : (월-토) 11시 30분 ~ 21시 00분 / 브레이크타임 오후 3시 00분 ~ 오후 6시 00분 / 라스트오더 오후 7시 30분
※ 정기휴무 일요일
매장 내 자리가 많지 않아서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다.
전화로 예약을 하면 인원과 필요한 시간에 맞춰서 예약을 할 수 있는데,
예약할 때 (인원X5만원) 비용으로 예약금 선입금이 필요하다.
예약금은 식사가 끝나고 식사를 할 때 돌려받을 수 있다.
입구부터가 일식 분위기가 나는 모습으로 꾸며져 있었다.
예약을 했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서 입장을 했더니 정해진 자리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안쪽에 주방이 있고,
홀쪽으로는 바 형태 좌석이 있어서 쉐프분들이 직접 서빙을 하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홀에 있는 테이블석에 자리를 잡았는데,
홀에 테이블은 딱 2개가 준비되어 있었다.
2명이서 방문한다면 바 좌석도 좋을 것 같은데
3명 이상 방문한다면 테이블 좌석으로 요청을 해야 할 것 같았다.
오마카세 식당이다 보니 메뉴판이 단출했다.
점심과 저녁으로 나누어서 오마카세로 즐길 수가 있는 구성이었다.
런치 55,000 원
디너 (스시 오마카세) 100,000 원
디너 (사시미 오마카세) 120,000 원
저녁에는 스시나 사시미 구성을 선택할 수 있는데,
대부분의 구성은 비슷하면서도 스시(초밥)으로 구성된 메뉴이나 사시미(회)로 구성된 메뉴이냐 차이었다.
나는 스시 오마카세로 주문을 했다.
좌석에 자리를 하니
녹차(오차)를 내어주셨다.
보통 한국의 일식집에 가면 티백을 우려 주는데
여기서는 일본에서 많이 먹는 녹차가루를 우려내는 녹차를 주셨다.
녹차가 훨씬 더 진하고 향이 짙었다.
식전 음식으로 양파와 토마토를 준비해 주셨는데,
토마토가 참 달콤해서 식감을 돋워 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오마카세가 거기서 거기겠거니,라고 생각했다.
아직 메인 메뉴가 나오지 않아, 내가 아는 경험과 지식으로 편견만 잔뜩 가지고 있었다.
토마토 다음은 계란찜이었다. (일본식 계란찜 '차완무시茶碗蒸')
계란 위에 얹혀 있는 얇은 소스가 참 달달하니 맛있었는데,
계란의 부드러움과 꿀 같은 소스가 전형적인 일본식 계란찜이었다.
진짜 너무 맛있어서 바닥이 파일 정도로 싹싹 긁어먹었다.
너무 맛있었다.
요리가 나올 때마다 직원분이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는데,
사실 이 이후부터는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다.
진짜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는데,
그게 내가 무지한 탓도 있지만 음식이 너무 맛있다 보니 음식 이름을 기억하기보다는
맛을 기억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점점 일본식 음식이 맛있어지고 있었다.
무를 얇게 썬 다음 소스를 얹은 것인 줄 알았는데
버섯 같은 음식이었다.
소스가 정말 맛있었다.
전채요리로 입맛이 확 살아난 것 같다고 느낄 때쯤
드디어 사시미로 구성된 요리가 준비되기 시작했다.
오마카세였다.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준비를 해주셨는데,
직원분이 음식을 주시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시고, 어떻게 먹는지도 친절하게 알려주셨다.
나는 점점 오마카세에 빠져들기 시작했는데,
나름 부산에서 회를 먹어 왔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준비된 사시미들이 너무 맛있어서
한 점 한 점 음식을 입에 넣을 때마다 다양한 맛이 나는 스시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싱싱한 스시는 싱싱한 맛
약한 숙성이 된 스시는 숙성된 대로의 멋과 맛이 있었다.
숙성회가 조금 비릴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순전히 내 잘 못된 경험과 판단이었다.
회를 입에 넣으면 두어 번 씹는 것만으로 녹아 없어지는 그런 맛이었다.
너무,
너무너무 맛이 있었다.
익힌 생선에 해초류를 얇게 말려서 올려주셨다.
식감은 대구 살점 같았는데 너무 보드라웠다.
사케를 같이 넣어서 요리를 했는지 생선 비린 맛이 하나도 나지 않았다.
역시 입에 넣자 마사 녹아 사라져 버렸다.
전복과 문어
저기 짙은 청록색은 전복 내장을 소스로 만들어 주신 것이었는데
저 소스에 밥을 살짝 찍어서 전복, 문어살과 같이 먹는데 정말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될 정도로 너무 맛이 좋았다.
이번 접시는 정말 저 내장소스가 메인이었는데, 첫인상은 색감이 썩 맘에 들지 않는다,였다.
그런데 맛은 세상에 둘도 없을 그런 맛이었다.
몇 점 먹지 않았는데 조금씩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아직 많이 남았을 텐데, 아쉬웠다.
그래도 귀로는 직원분의 설명을 계속 들으면서 눈으로, 입으로는 음식을 맛봤다.
입이 텁텁해질 때쯤 국물을 내어주셨다.
레몬이 들어가 있는 조갯국이었는데, 국물과 레몬이 입에 있는 약간의 생선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주었다.
드디어 초밥이 준비되었다.
어떤 생선인지 하나하나 설명을 해주셨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맛있었다는 기억 밖에 없다.
앞서 먹었던 사시미도 그렇고 이번 스시 메뉴도 생선 비린 맛이 전혀 나지 않았다.
신기하고 맛있는 스시였다.
치킨(가라아게)과 홀토마토
치킨은 아는 맛이었는데, 홀토마토는 내가 먹어봤던 토마토가 아니었다.
대체 무슨 짓(?)을 하셨길래 토마토가 이렇게 달고 맛있는 거지?
깻잎 튀김은 처음에 눈에 잘 들어오지 않다가 한 입 깨물고 나서 진가를 알 수 있는 맛이었다.
아삭하니 깻잎 모양을 잘 유지하고 있어서 눈으로 한 번, 입으로 또 한 번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끝났으려나, 하고 긴장을 놓고 있는데
두 번째 스시가 준비되었다.
참치와 군함이 있는 스시 메뉴였다.
스시가 한 접시가 아니라 두 접시였다니
살짝 긴장이 풀려갈 때 다시 시작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배가 어느 정도 찬 느낌이었지만 그래도 젓가락을 들어 신나게 맛을 즐겼다.
이 정도 구성이면 정말 밥값 10만 원이 전혀 아깝지 않은 구성이었다.
정말 일본 요리 다운 음식이었다.
초밥이 끝났더니 다시 타다키 초밥과 계란빵이 준비가 되었다.
점점 후식으로 넘어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카스테라 같았는데,
카스테라가 아니라 계란이라고 했다.
구운 생선과 밥 한 숟가락
여기에 쪽파를 얹어서 그런지 파 향이 입에 살짝 머물다 사라졌는데
그래서 더 맛있었다.
마지막은
우동으로 입 안을 깔끔하게 비워내는 의식(?)이 치러졌다.
표고버섯으로 국물을 내어서 버섯향이 깊이 남아 있었다.
후식으로는 아이스크림이 나왔다.
사탕을 위에 올려서, 맛은 달랐지만 배스킨라빈스 슈팅스타를 먹는 재미가 있었다.
후식까지 총 14가지 음식이었다.
오마카세가 한국에 와서 고급 식사법으로 인식이 되면서
가격이 많이 비싼 편이다.
정말 비싼 오마카세는 저녁식사로 20만 원, 30만 원을 지불해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스시 비쇼쿠 디너 오마카세는 가격이 10만 원으로 이런 훌륭한 맛과 구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같이 갔던 일행들도 정말 다시 한번 더 오고 싶다고 할 만큼의 가격과 구성이었다.
일본에서 본래 오마카세는
주택가 오래된 단골집에서 식당의 주인이 그날그날 준비한 식재료로 내어 놓은 음식에서 시작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단골손님의 식습관이나 음식 취향을 알고 있는 주인이
각각의 손님이 좋아하는 음식을 만들어 내어 놓는 방식이 오마카세라는 음식 문화로 발전한 것인데,
한국에서는 그게 '주방장 마음대로'라는 한국식 오마카세로 그 뜻이 조금 변형되기는 했다.
따지고 보면,
한국 오마카세는 그날그날 쉐프가 어떤 음식을 구성할지 미리 준비를 하기 때문에,
엄연히 얘기해서 오마카세라고 얘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쉐프는 메뉴를 알고 있지만, 고객에게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같은 날 나랑 같이 오마카세를 찾았던 손님들은
모두 같은 음식을 대접받았을 것이다.
진정한 오마카세는 고객의 취향을 이해하고 필요로 하는 음식을 이해한 쉐프가
고객을 생각해서 정성 들여 만드는 음식이 '오마카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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