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야구] 부산고등학교, 77년만에 황금사자기 우승 (對 선린인터넷고)

2023. 7. 3. 01:21볼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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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학창 시절 가장 떠오르는 추억이 어떤 것인지를 묻는다면,
고등학교 때 2년 연속으로 모교 야구부가 대통령배 전국고교야구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기억을 얘기할 것이다.
 
내 모교 부산고등학교
당시 추신수 선수가 최고의 투수, 또 최고의 타자로서 모교를 2년 연속 전국대회 우승을 이끌어 줬던 기억이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내 학창 시절 소중한 추억 중 하나이다.
 
물론 당시 모교에는 추신수 선수 외에도 주장 정근우 선수의 활약이 있기도 했다.
1999년 대회에는 추신수 선수가,
그리고 2000년 대회에는 추신수와 정근우, 김백만으로 이어지는 에이스 트리오가 모교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부산고등학교는 부산 경남지역 뿐만 아니라 전국에서 알아주는 고교야구 명문 고등학교인데
유독 황금사자기와는 연이 었었다.
 
사실 나는 프로야구 세대이기 때문에, 프로야구 이전 고교야구의 인기를 체감할 수는 없지만
부산중학교, 부산고등학교에 재학하며 모교의 야구를 응원하면서 아마추어 야구를 경험할 수 있었다.
 
1학년 때 대통령배를 우승하더니, 1년이 지난 2학년 때 같은 대회에서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면서
결승전을 동대문야구장에서 직관을 하며 신명나게 응원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모질게도 또 하나의 전국대회인 이 황금사자기만은 내가 재학중일 때도, 그 이후에도 우승의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제 77회 황금사자기 결승에 모교가 진출했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어
황금사자기 전국대회가 열리는 목동야구장에 직관을 가보기로 했다.
 

고교야구대회지만,
일부 경기는 스포츠채널에서 직접 중계를 해주고 있었다.
집에서 편하게 TV로 중계를 보며 응원할 수도 있었지만
목동야구장이 집에서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어서 결승전은 혼자라도 꼭 직관을 하자 맘을 먹었었다.
 

고교야구도 엄연히 야구경기이다 보니 티켓을 끊고 입장을 해야 하는데,
인터파크 티켓에서 온라인으로 구매를 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 현장에서도 직접 구매를 할 수 있다.
생각보다 결승전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방문을 했다는 점에 놀라워하고 있는데
얄궂게도 결승전이 열렸던 이날 많은 비가 내려서 하늘을 원망해야만 했었다.
 

제 77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전 2023년 5월 27일 토요일, 많은 비
부산고 vs 선린인터넷고
입장료 : 10,000 원
장소 : 목동야구장

 

내가 모교에 재학중이었던 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에는 주말리그라는 개념이 없었지만
지금은 주말리그를 겸한 왕중왕전을 같이 결정짓게 되는 전국대회로 황금사자기가 운영되고 있었다.
어렵게 결승까지 올라온 부산고의 경기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토너먼트표가 보였다.
 

정말 장하고 자랑스럽다.
내 모교, 부산고등학교

 

비가 오는 날씨에도 참 많은 분들이 경기장을 찾아주셨는데,
대부분 학부모들이거나, 결승전에 오른 두 학교의 졸업생으로 보였다.
나 역시도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 직관을 온 졸업생 신분이었다.
 

멀리 부산에서 서울 목동야구장까지 온 부산고 야구부 버스가 주차된 모습
타지에서는 고향 까마귀만 봐도 반가운 법이다.
어찌나 반가운지 한번 안아주고 싶은 버스들이었다.
 

본래 결승전이 치러지기로 했던 5월 27일, 토요일에는 정말 많은 비가 내렸다.
장맛비 같은 봄비가 내리는 날이었는데, 경기가 제대로 진행될 리가 없었다.
 
1회 초 부산고의 수비에서
부산고 선발 투수 성영탁이 선린인터넷고 타자 2명에게 연달아 볼넷을 내어주며
무사 1, 2루의 위기를 맞아야만 했다.
 
그 상태로 경기가 잠시 중단이 되었는데,
30분이 지나도록 비가 그치지 않아 경기를 이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오전 10시에 시작된 경기가, 11시가 되어가도록 진행이 되지 못하고 지연이 되었다.
비가 그치고 경기가 다시 진행되기를 기다리는데
전광판을 보니, 오래전 동대문야구장을 찾았던 대통령배 결승전이 떠올랐다.
외야에서 재학생 모두가 목이 터저라 응원하던 그때의 내 모습이 눈에 선했다.
 

우연히 얼마 전에 고등학교 친구녀석 한 명과 같이 부산고 야구부 유니폼을 맞췄었는데
올해 SSG 경기를 직관하면서 추신수 선수의 싸인을 받기로 했었다.

우연히 맞춘 부산고교 유니폼을 입고 이렇게 모교의 전국대회 결승전을 찾으니 감회가 색달랐다.
소속감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나게 하는 부산고교 유니폼이다.
 

그렇게 11시를 넘긴 시각
심판진이 양측 학교의 감독님들과 뭔가 대화를 주고받으시더니
결국 경기를 서스팬디드 게임 선언을 해버리셨다.
 

서스펜디드 게임 Suspended Game
현재 상태에서 뒷날 경기를 속행하게 되는 게임 (일시정지 경기)

 
기상청의 일기예보에 따라,
비 예보가 없는 5월 29일(월) 오후 2시에 경기를 재개하기로 하고 오늘 경기는 중지가 되었다.
아쉽지만 경기장을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그나마 다행이었던건, 평일이지만 5월 29일이 부처님오신날로 휴일이었기 때문에
다시 경기장을 찾자는 다짐을 하고 어서 빨리 월요일이 오기를 기다렸다.
 

아쉬움을 남기고 경기장을 떠나가는 부산고 야구부 선수들과 학부모, 그리고 모교 졸업생들이 보였다.
표정이 참 많이 아쉬워하는 모습이었는데, 나는 속으로 '이틀 후에 잘하자!' 응원을 보냈다.
 

야구장에서 먹으려 김밥도 포장해 가고,
집에서 참외고 깎고 뜨거운 드롭커피도 내려갔었는데
하는 수 없이 집에서 TV를 보며 준비한 음식을 즐겨야 했다.
 


 
 

5월 29일 월요일
다시 찾은 목동 야구장
 
이 날은 혼자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비록 부산고 졸업생은 아니지만 내 대학교 친구와 함께 결승전 직관을 가기로 했다.
이 친구도 야구를 좋아하고, 또 고교야구 결승전이 어떤지 경험을 해보고 싶어 했다.
 
27일 토요일 경기는 자동으로 카드결제 취소가 되어서
29일 월요일 결승 경기를 위해 새롭게 티켓팅을 했다.
 

다시 찾은 경기장, 토요일에 앉았던 좌석 근처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날씨는 비가 말갛게 개어서 맑은 날씨였다.
야구하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씨였다.
 
서스펜디드 게임으로 연기되었던 경기이기 때문에
2시에 게임이 시작될 때 1회 초 선린인터넷고의 공격, 무사 1루, 2루인 상황에서 경기가 재게 되었다.
 

경기장에 모인 선수들
내가 다 긴장이 되었지만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해줄 것을 빌고 또 응원했다.
 
부산고 야구부는
최근 JTBC의 최강야구라는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적이 있었는데,
이렇게 실제로 직관을 와서 만나게 되니 신기하기도 했고
또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가 아니라 오랜만에 모교를 응원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아 감회가 새로웠다.
 

이날 부산고등학교 덕아웃은 3루였고, 후공이었다.
말 공격을 개인적으로 선호하는데,
오늘 경기가 고교야구이고
또 부산이 아닌 서울 목동야구장이라는 장소에서 치러지는 경기였지만
왠지 후공격은 홈경기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멀리 1루 쪽에 선린인터넷고의 졸업생 응원단이 보였다.
내가 모교에 재학중일 때는 선린정보고등학교(선린정보고)라는 이름이었는데
1899년에 개교를 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고등학교이다.
황금사자기는 이미 5번 우승한 이력이 있는데,
부산고가 황사기 무관인 점과 비교되면서 이번 우승도 선린인터넷고의 차지라는 얘기가 오가기도 했다.
 
대한민국 최초의 근대 실업학교이자, 서울특별시 최초의 특성화고등학교라는 타이틀도 가지고 있는데,
어린이날을 만든 방정환 선생님이 이곳 선린인터넷고 출신이시기도 하다.
(1913년 당시 선린상업고등학교 입학)
선린인터넷고는 남녀공학 고등학교인데, 재학생 응원단 중에는 유니폼을 입은 여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선린인터넷고(선린인고)의 바람과는 달리
경기 시작과 함께 부산고가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가기 시작했다.
선발투수 성영탁이 27일 토요일 경기에 이어 그대로 선발로 등판했는데
흔들림 없는 에이스 투수의 모습을 안정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흡사 24년 전의 추신수 선수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그때는 고교야구에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고교야구에도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되어서 예전 추신수 선수처럼 투타 겸업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맑은 하늘,
그리고 너무나도 멋진 부산고의 활약으로 경기는 부산고 쪽으로 점점 승기가 기우는 모습이었다.
 
하나 아쉬웠던 점은
정말 오랜만에 부산고 야구부의 응원가를 목청 높여 부를 수 있을 것이라 기대를 안고 야구장을 찾았는데
재학생이 없었던 탓인지, 부산고 야구부 응원가는 목동야구장에 울려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대신 응원 단장으로 보이는 분이
롯데 자이언츠의 응원가를 차용해서 선수들 응원가를 불러주고 있었는데,
선린인터넷고등학교가 졸업생들이 힘을 합쳐 야구부 응원가를 불러주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우리 부산고의 졸업생 중 일부도 가끔 야구부 응원가를 불러서 힘을 실어주는 듯했으나
부산고 응원단장은 부산고 출신이 아니었던지, 아니면 응원가를 모르고 있는 것인지
계속해서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로 부산고를 응원하고 있었다.
 
동석한 내 대학교 친구도 부산고 응원가가 많이 궁금했었는데 어찌 된 것인지를 나에게 물으며
나보다도 더 실망한 모습으로 경기를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점은 경기결과와는 별도로, 지금 생각해도 너무나도 아쉬운 부분인데
다음에는 부산고등학교의 전통 있고 멋진 응원가를 부산고등학교 야구경기에서 꼭 부를 수 있었으면 한다.
 

그래도 가끔가끔 울려 퍼지는 부산고 야구부 응원가가 있어서
오랜만에 나도 잠시나마 야구부 응원을 부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후라 ~ 후라치, 후라초, 후라치치 초초초, 야야야, 야야야, 헤이 부.고.야!!
코브라 ~ 코브라치, 코브라초, 코브라치치 초초초, 야야야, 야야야, 헤이 부,고.야!!
 
부고가 왔다 부고가 왔다 야구장에 부고가 왔다.
대한민국 방방곡곡 부산고교 부산교고
불러보세, 불러보세 만세만세 부고만세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청조관에 모여서 응원연습 했던 때가 떠올랐다.
삼천리강산, 훈민정음 같은 응원가도 부를 수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구봉가는 불리어지지 않아서 또 많이 아쉬웠다.
 
나중에 찾아보니,
부산고 홈페이지에서 응원가 가사를 찾아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관리가 되지 않은지 오래된 것 같아 보였다. (부산고 응원가 많이 불리게 해 주세요 ㅠ)
 
https://school.busanedu.net/busan-h/cm/cntnts/cntntsView.do?mi=611256&cntntsId=5575 

 

부산고등학교 홈페이지

부산고등학교홈페이지입니다.

school.busanedu.net

 

경기결과는 부산고 12대 선린인터넷고 3으로 부산고가 최종 우승을 이루어 냈다.
실점을 하기는 했지만 실력으로 부산고가 상대팀을 완벽하게 꺾어 버린,
정말 말 그대로 완벽한 부산고의 승리였다!
 
[부산고 황금사자기 우승]

 
경기가 끝나는 순간 너무나 기쁜 나머지 크게 소리를 질러버렸다.
감정이 복받치면서 눈물이 울컷 쏟아질 것만 같았다.
 
황금사자기 우승은 나도, 부산고 재학생도, 졸업생도
그리고 부산고 야구부에게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우승 이후에 부산고 교가도 재창을 했는데,
20년 동안 내가 교가를 잊어버리지도 않고 있었구나, 또 한 번 놀라기도 했다.
 
경기가 끝나면 양측 학교 모두가 치례로 교가를 부르게 되어 있는데
패배를 한 학교의 교가를 먼저 부르고, 이어서 승리를 한 학교의 교가를 부르게 되어있다.
그리고 상대 학교의 교가가 나올 때는 모두 일어서서 교가가 끝날 때까지 경건하게 기다려 주는 것이 예의이다.
 

부산고 박계원 감독님의 방송 인터뷰
어떤 말씀을 하셨을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감사하고, 축하드립니다!

인터뷰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는데
연세가 있으신 어르신 한 분이 내게 와서 사진을 찍자고 하셨다.
본인은 선린정보고 출신이라면서, 웃으며 부산고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격려해주셨다.
이번 경기는 실력으로 부산고가 한수 위였다고 치켜세워주시기도 하셨는데
그 모습에서 각자 졸업한 모교는 다르지만 고교야구를 응원하는 마음만은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 역시도 선린이 전통의 강호인데 이번에는 부산고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라고 말씀 드리고
다음에 또 결승에서 뵙자고 말씀 드렸다.
 

이어진 시상식과 기념촬영
이 순간을 같이 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한 순간이었다.
 

목동 야구장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전 목동 야구장이 프로 야구단 넥센(현 키움)의 홈구장으로 사용될 때도 찾아보지 않았었는데,
내 첫 방문이 부산고등학교의 황사기 우승이라는 추억을 만들어준 목동 야구장이 되었다.
 

야구장을 나오는데
우연히 안철수 선배님(34회)을 만날 수 있었다.
 
본래는 안철수 국회의원이시지만,
야구장 입구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나도 모르게 "선배님"이라는 호칭으로 인사를 드렸는데
선배님이 나의 부산고 유니폼을 보시더니 너무도 반갑게 나를 맞아 주셔서 정말 놀랬다.
 
당연히 모교의 우승을 함께 하기 위해서 야구장을 찾으셨다고 하셨다.
또 현재 교장선생님이 동기라는 말씀도 해주셨는데, 짧은 대화였지만 선배님이 부산고 동문이라는 공감대가 확 느껴졌다.
 
우승의 순간을 함께 기억하고 싶어 사진 촬영을 부탁드렸더니 또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다.
내 친구는 부산고 졸업생이 아니었기 때문에 어색하게 서서 사진을 찍어야만 했다.
 
이렇게 부산고가 황금사자기를 우승하는 순간
많은 추억과 이야기를 남길 수 있어던 하루였다.
 
올해 아직 전국대회가 몇 차례 더 남아 있기 때문에
이 기세를 모아 남은 전국대회도 모두 우승할 수 있기를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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